양가감정을 다룬 소설을 쓴 작가들은 정작 어땠을까요? 『왜 이런 마음이 들까?』에 실린 다섯 작가, 캐서린 맨스필드, 이디스 워튼, 링 라드너, 휴 월폴, 스테이시 오모니에의 삶을 따라가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그들 역시 아끼면서 질투하고, 도우면서 흉보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지요. 책 부록 「다섯 작가의 흥미로운 이야기」에서 몇 장면을 골라 소개합니다.
몰래 건넨 8천 달러, 그리고 "울고 싶다"
1912년, 이디스 워튼은 돈 걱정이 많던 선배 작가 헨리 제임스를 위해 8천 달러를 마련했습니다. 그냥 주면 자존심 강한 제임스가 받지 않을 테니, 출판사를 통해 그의 선인세인 것처럼 몰래 돌렸지요. 제임스는 끝내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런 워튼도 제임스의 후기 소설 앞에서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성스러운 샘』을 두고는 "그런 재능이 무너진 걸 보니 울고 싶다"고 했고, 편집자에게는 "『비둘기의 날개』를 어떻게 생각하냐고는 묻지 마세요"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존경하고 아끼는 마음과, 실망하는 마음이 한 사람 안에 나란히 있었던 셈입니다.
깎아내리고, 질투하고, 고백하고
캐서린 맨스필드는 1920년 문예지 『애시니엄』 서평에서 휴 월폴의 소설 『포로들』을 "영감이 아니라 결심으로, 예술가의 충동이 아니라 의지력으로 쓴 책"이라며 깎아내렸습니다.
그런 맨스필드도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속에서는 그리 너그럽게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맨스필드가 세상을 떠나자, 울프는 일기에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녀의 글은 내가 질투한 유일한 글이었다."
깎아내리던 마음과 질투하던 마음이 같은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 양가감정이 무엇인지 이보다 잘 보여 주는 문장도 드뭅니다.
친구의 소설 속 속물이 되다
휴 월폴에게는 서머싯 몸이라는 오랜 친구가 있었습니다. 1930년 몸은 소설 『과자와 맥주』에서 출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속물 작가 앨로이 키어를 그렸습니다. 런던 문단은 곧 그 인물이 월폴이라고 수군거렸지요.
충격에 빠진 월폴에게 몸은 "당신을 그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월폴이 세상을 떠나고 몇 년 뒤, 몸은 새 판 서문에서 키어의 모델이 월폴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우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과, 친구를 꿰뚫어 본 작가의 눈이 오랫동안 함께 있었던 것이지요.
잔디밭의 춤과 끔찍한 티타임
링 라드너와 F. 스콧 피츠제럴드는 뉴욕 그레이트넥의 이웃이자 술친구였습니다. 1923년 작가 조지프 콘래드가 미국에 오자, 두 사람은 우상의 눈에 띄고 싶어 콘래드가 묵던 출판업자 더블데이의 저택 잔디밭에서 춤을 추었습니다. 결과는 만남이 아니라 쫓겨남이었지요. 라드너는 훗날 피츠제럴드의 『밤은 부드러워라』 속 인물 에이브 노스로 되살아납니다.
2년 뒤 『위대한 개츠비』를 낸 피츠제럴드는 워튼에게 책을 보냈고, 워튼은 정성 어린 답장과 함께 그를 파리 근교 자택의 차 모임에 초대했습니다. 그런데 오는 길에 술을 걸친 피츠제럴드가 손님들 앞에서 민망한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워튼은 그날 일기에 짧게 적었습니다. "끔찍했음."
결핵이라는 그림자
이 책의 작가들 가운데 셋은 같은 병과 싸웠습니다. 맨스필드는 1923년 프랑스 퐁텐블로에서, 오모니에는 1928년 스위스 클라랑에서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라드너도 1926년 결핵 진단을 받고 요양지를 떠돌다 1933년 눈을 감았습니다.
이 병을 두고 가장 잔인한 말을 한 사람은 맨스필드의 친구 D. H. 로런스였습니다. 1920년 그는 요양 중인 맨스필드에게 모진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10년 뒤, 그 역시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거장들이 사랑한 '잊혀진 단편의 명수'
「질투의 옥타브」를 쓴 스테이시 오모니에는 원래 무대에 홀로 서서 관객을 웃기고 울리던 연기자였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존 골즈워디는 그를 "진정한 단편의 거장"이라 부르며 "그는 삶을 깊이 사랑했고, 모든 부류의 인간이 그의 그물에 걸려드는 물고기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앨프리드 히치콕도 그의 팬이어서, 1956~1958년 〈앨프리드 히치콕 프레젠츠〉에서 그의 단편 세 편이 각색되어 방영되었습니다. 그런데도 국내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작가입니다.
작가의 삶과 작품이 겹치는 자리
존경하면서 실망하고, 깎아내리면서 질투하고, 우정을 지키면서 친구를 소설에 그려 넣은 사람들. 이 작가들이 쓴 소설 속 인물들이 하나같이 모순된 마음을 품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자기 안의 두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 마음을 인물에게 그대로 건넬 수 있었을 테니까요.
소설을 다 읽고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시 보면, 작품이 한 겹 더 깊게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