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에 그림책을 읽어 주면 좋다는 말은 다들 들어 봤을 거다. 그런데 막상 해 보면 쉽지 않다. 한 권만 읽자고 했는데 "한 권 더!"가 세 번 나오고, 재밌는 장면에서 아이는 오히려 눈이 반짝반짝해진다. 읽어 주는 사람이 먼저 꾸벅꾸벅 조는 날도 있다.
잠자리 독서의 목적은 많이 읽는 게 아니라 하루를 부드럽게 닫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으면 방법이 조금 달라진다.
10분 루틴, 이렇게 해 보자
1. 시작 신호를 정한다 (1분) 양치하고, 수면등 켜고, 이불 속에 들어가면 책 시간. 매일 같은 순서를 반복하면 아이 몸이 먼저 "이제 잘 시간이구나" 하고 알아챈다.
2. 책은 아이가 고르되, 권수는 미리 정한다 (1분) "오늘은 두 권" 하고 먼저 약속해 둔다. 고르는 건 아이 몫이다. 내가 고른 책이라고 생각하면 아이는 훨씬 집중해서 듣는다. 같은 책을 매일 골라도 괜찮다. 반복해서 듣는 것도 아이에겐 즐거운 일이다.
3. 읽을 땐 목소리를 점점 낮춘다 (6~7분) 처음엔 평소 목소리로 시작해서, 뒤로 갈수록 천천히, 작게 읽는다. 마지막 장쯤엔 거의 속삭이듯. 아이 숨소리도 덩달아 느려진다.
4. 덮고 나서 한마디만 (1~2분) "누가 제일 좋았어?" 정도의 짧은 질문 하나면 충분하다. 길게 이야기하다 보면 다시 잠이 달아난다. 궁금한 게 많아 보이면 "내일 아침에 또 얘기하자" 하고 미뤄 둔다.
잠자리 그림책 고르는 기준
낮에 읽기 좋은 책과 밤에 읽기 좋은 책은 조금 다르다.
- 글밥이 많지 않은 책. 한 권에 5분 안팎이면 두 권을 읽어도 10분이다.
- 소리 지르거나 뛰는 장면이 적은 책. 너무 신나는 책은 낮 시간에 양보하자.
- 밤, 달, 별, 꿈이 나오는 책. 창밖 풍경과 책 속 풍경이 이어지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잠의 세계로 넘어간다.
- 끝이 열려 있는 책. 모든 걸 다 설명해 주는 책보다, 조금 남겨 두는 책이 꿈으로 이어지기 좋다.
아이 나이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같은 10분이라도 아이 나이에 따라 즐기는 방식이 다르다.
- 두세 살. 내용보다 소리와 반복을 좋아한다. "쿵쿵", "살금살금" 같은 흉내말을 실감 나게 읽어 주고, 같은 책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 줘도 괜찮다.
- 네다섯 살. 그림 속 작은 것을 찾아내는 걸 좋아한다. "이 장면에서 달은 어디 있을까?" 하고 손가락으로 같이 찾아보면 아이가 이야기 속으로 한 발 더 들어온다.
- 예닐곱 살. 글자를 읽기 시작하는 때라, 한 쪽씩 번갈아 읽어 보는 것도 좋다. 아이가 읽는 쪽은 틀려도 고쳐 주지 말고 그냥 끝까지 들어 준다.
잠들기 직전엔 화면보다 종이책이 낫다. 밝은 화면은 눈을 더 깨우고, 영상은 아이가 멈출 틈 없이 흘러가 버린다. 종이책은 아이 속도대로 넘길 수 있다.
읽어 주는 사람이 지칠 때
매일 밤 빠짐없이 하려고 하면 금방 지친다. 피곤한 날엔 한 권만 읽어도, 그림만 같이 넘겨 봐도 괜찮다. "오늘은 엄마 아빠가 너무 졸려서 그림만 보자" 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에게 중요한 건 책의 권수보다 매일 같은 시간에 곁에 누가 있었다는 기억이다.
〈달 아이〉를 베드타임 그림책으로 만든 이유
〈달 아이〉를 만들 때 처음부터 잠들기 전에 읽는 책을 생각했다. 그래서 글밥을 줄이고, 그림 속 이야기를 넉넉하게 남겨 두었다. 천천히 읽어도 10~15분이면 끝난다.
배경도 처음부터 끝까지 밤이다. 달 아이들은 밤마다 달님에게 이어진 금빛 실에 매달려 세상 곳곳을 여행하고, 그 곁엔 늘 밤 아이가 있다. 밀물과 썰물, 빛과 어둠 같은 어려운 이야기를 굳이 설명하지 않고 그림으로만 보여 준다. 아이가 궁금해하면 그때 같이 이야기하면 되고, 궁금해하지 않으면 그냥 꿈으로 가져가면 된다.
책을 덮고 불을 끈 뒤, 창밖에 달이 보이면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자. "저기서 달 아이들이 지금 내려오고 있을지도 몰라." 아이가 그 말을 품고 잠들면, 오늘 밤 잠자리 독서는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