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기

빛과 어둠은 반대말일까? 달 아이와 밤 아이가 태어난 이야기

빛과 어둠을 적이 아니라,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사이로 그려 보고 싶었다. 그림책 〈달 아이〉의 두 주인공, 달 아이와 밤 아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적어 둔다.

2026년 10월 30일 · 읽는 데 3분 · 남우주

"빛의 반대말은?" 하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어둠"이라고 답한다. 낮과 밤, 선과 악, 희망과 절망. 우리는 오래전부터 빛과 어둠을 서로 싸우는 사이로 그려 왔다. 동화 속에서도 빛은 대개 착한 편이고, 어둠은 물리쳐야 할 쪽이다.

그런데 나는 늘 그게 좀 이상했다.

빛은 혼자서는 빛나지 않는다

깜깜한 방에 촛불 하나를 켜면 그 불빛은 눈부시게 밝다. 그런데 같은 촛불을 한낮의 운동장에 들고 서 있으면 켜졌는지도 잘 모른다. 빛이 빛으로 보이려면 둘레에 어둠이 있어야 한다. 별이 반짝이는 것도 밤하늘이 까맣기 때문이고, 달이 그렇게 환한 것도 달 뒤에 밤이 있어서다.

거꾸로도 마찬가지다.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 생긴다. 해가 없으면 그림자도 없다. 그러니 빛과 어둠은 서로를 지우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가 있어야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는 사이다. 반대말이라기보다는 짝꿍에 가깝다.

일상에서도 그렇다. 사진을 찍을 때 그림자가 하나도 없으면 얼굴이 납작해 보인다.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어야 코도 볼도 동그랗게 살아난다. 한여름 한낮엔 나무 그늘이 그렇게 고맙고, 커튼을 쳐서 방을 어둡게 해야 겨우 낮잠이 든다. 어둠은 빛이 지나치지 않게 쉬게 해 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이런 걸 어른보다 먼저 궁금해한다. "빛과 어둠이 뭐야?" 아이들의 질문엔 고정관념이 없어서, 어른이 당연하다고 넘겨 온 걸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막상 대답하려면 말문이 막힌다. 밝은 게 꼭 좋은 것도, 어두운 게 꼭 나쁜 것도 아니라는 걸 어떻게 한 번에 설명하나.

〈달 아이〉를 만들면서 이 생각을 아이들 눈높이로 옮기고 싶었다. 빛과 어둠을 착한 편과 나쁜 편으로 나누지 않고, 꼭 같이 있어야 하는 존재로 그려 보자고.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두 아이

그렇게 달 아이와 밤 아이가 생겼다.

달 아이는 달님이 내려 준 금빛 실을 허리 뒤춤에 매달고, 밤마다 세상 곳곳을 여행한다. 노란 머리칼이 달빛처럼 반짝이는 아이다. 밤 아이는 까맣고 삐죽삐죽한 머리에 가면을 쓰고, 소용돌이 무늬가 그려진 회색 망토를 두르고 있다. 둘 다 밤에 나와 노는 아이들이다.

둘 사이를 정할 때 가장 오래 고민했다. 친구로 만들자니 너무 쉬웠고, 적으로 만들자니 내가 하고 싶은 말과 정반대였다. 그래서 둘을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사이로 두었다. 달 아이는 밤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늘 곁에 있는데도 모른다. 밤 아이는 그런 달 아이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본다. 다가가지도 밀어내지도 않고, 그냥 쳐다본다.

생각해 보면 빛과 어둠이 딱 그렇다. 빛은 어둠 덕분에 빛나면서도 정작 어둠을 보지 못한다. 어둠은 언제나 빛 가장자리에서 빛을 바라보고 있다. 둘은 싸우지도 않고 친하게 놀지도 않는다. 데면데면하다.

결론은 아이들 몫으로

이야기 속에서 밤 아이가 달님 가까이 다가가면, 달 아이들을 매단 금빛 실이 녹아 버린다. 이 장면을 두고 "역시 밤 아이는 나쁜 아이야"라고 읽는 아이도 있고, "밤 아이는 그냥 달이 궁금했던 거야"라고 읽는 아이도 있다. 나는 어느 쪽도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둘이 친구가 될지, 계속 거리를 둘지는 정해 두지 않았다.

어른들은 관계에 이름 붙이기를 좋아한다. 친구, 라이벌, 남.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아직 잘 모르는 사이. 알아 가는 중인 사이. 아이들이 그 애매한 자리를 불안해하지 말고, 궁금해했으면 좋겠다.

아이와 함께 나눠 볼 질문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렇게 물어보면 좋다. 정답은 없다.

  • 달 아이는 왜 밤 아이를 보지 못할까?
  • 밤 아이는 달 아이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 밤이 없으면 달은 어떻게 보일까?
  • 둘이 다시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책의 마지막 장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노란 페이지다. 그 위에 손을 올리고 불을 비추면 아이 손 그림자가 생긴다. 내 안에도 밤 아이가 하나 살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게 무섭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걸 아이가 거기서 슬쩍 알아챘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