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지갑을 연 적이 있을 거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좋은 일을 했다는 기분.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이 스친다. 방금 그건 그 사람을 위한 거였을까, 아니면 좋은 사람이 된 나를 위한 거였을까.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 다만 두 마음이 한꺼번에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 착한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진다. 『왜 이런 마음이 들까?』에 실린 두 단편이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차 한 잔」, 베풀면서 군림하는 마음
캐서린 맨스필드의 「차 한 잔」 주인공 로즈메리는 런던의 부유한 젊은 부인이다. 어느 겨울 해 질 녘, 차 한 잔 값을 구걸하는 가난한 소녀를 만난다. 로즈메리는 돈을 건네는 대신 소녀를 집으로 데려가기로 한다. 마치 동화 속 요정이라도 된 것처럼 들떠서, 친구들에게 들려줄 근사한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선의로 시작한 저녁이다. 그런데 남편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로즈메리의 마음이 순식간에 다른 얼굴로 바뀐다. 그 속도가 서늘하다. 선의라는 이름표 아래 무엇이 있었는지가 그 순간 드러난다. 책은 이 단편에 '베풀면서 군림한다'는 말을 붙였다.
「은가면」, 환대하며 두려워하는 마음
휴 월폴의 「은가면」은 같은 질문을 훨씬 어둡게 밀고 간다. 부유하고 평온하게 사는 중년 여성 소니아는 어느 날 밤길에서 누추하지만 잘생긴 청년을 만난다. 처음엔 밀어내려 하지만, 묘한 동정심에 결국 그를 집 안으로 들인다.
그 뒤로 청년의 부탁은 점점 무례해진다. 소니아는 단호하게 거절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도 번번이 망설인다. 그녀가 원한 건 정말 순수한 선행이었을까, 아니면 말이 통하는 누군가였을까. 어쩌면 그 선의는 외로움의 다른 이름이었는지도 모른다. 책은 이 단편에 '환대하며 두려워한다'는 말을 붙였다.
이 이야기는 발표된 뒤 연극 〈카인드 레이디〉로 만들어져 1935년 브로드웨이에 올랐고, 같은 해와 1951년 두 번이나 영화로 나왔다. 제목 그대로 '친절한 부인'이 겪는 이야기다.
선의 속 자기애는 나쁜 걸까
두 단편을 나란히 읽으면 마음이 좀 불편해진다. 로즈메리도 소니아도 악당이 아니다. 도우려고 했다. 다만 그 도움 안에 다른 마음이 섞여 있었고, 그 마음을 스스로 몰랐다.
사실 선의에 약간의 자기만족이 섞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좋은 일을 하고 기분이 좋은 건 잘못이 아니다. 문제는 그 기분이 상대보다 커질 때다. 상대가 내 이야기의 소품이 되는 순간, 선의는 쉽게 다른 이름으로 갈아입는다.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
- 도움을 주고 나서, 그 일을 누구에게 말하고 싶었나?
- 상대가 고마워하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 거절해야 할 때 거절하지 못한 건, 상대를 위해서였나 나를 위해서였나?
이 질문들에 솔직하게 답하다 보면 내 선의가 조금 덜 근사해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자기 마음의 맨얼굴을 아는 사람의 선의가, 모르는 사람의 선의보다 오래간다.
두 편을 같이 읽는 법
「차 한 잔」은 스무 쪽 남짓, 「은가면」은 서른 쪽쯤이라 하루 저녁에 둘 다 읽을 수 있다. 「차 한 잔」을 먼저 읽고 「은가면」으로 넘어가길 권한다. 앞의 것이 선의가 얼마나 빨리 무너지는지를 보여 준다면, 뒤의 것은 거절하지 못한 선의가 얼마나 멀리 끌려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두 주인공을 나란히 놓고 '둘 중 누구에게 더 마음이 가는지' 이야기해 보면, 독서 모임에서도 대화가 쉽게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