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야기

이디스 워튼은 어떤 작가일까 — 「로마 열병」으로 처음 만나는 워튼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이디스 워튼. 뉴욕 상류 사회를 누구보다 잘 알았고, 그래서 누구보다 날카롭게 그렸다. 단편 「로마 열병」을 읽기 전에 알아 두면 좋은 워튼 이야기.

2026년 10월 30일 · 읽는 데 3분 · 남우주

이디스 워튼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영화 〈순수의 시대〉는 본 사람이 꽤 있을 거다. 마틴 스코세이지가 만든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사람이 워튼이다. 그리고 워튼은 이 소설로 1921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 소설 부문을 받았다.

상류 사회 한가운데서, 상류 사회를 쓰다

워튼은 1862년 뉴욕의 오래된 부잣집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유럽을 오가며 자랐고, 사교계 사람들이 무엇을 입고 누구와 결혼하고 어떤 말을 삼가는지 속속들이 보며 컸다. 보통 그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그 세계를 지키는 쪽에 선다. 워튼은 반대로 그 세계를 글로 해부했다.

워튼 소설 속 인물들은 좀처럼 속마음을 말하지 않는다. 미소를 짓고, 예의를 지키고, 날씨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그 예의 바른 대화 아래로 질투와 계산과 오래 묵은 원망이 흐른다. 워튼은 그 아래쪽을 보는 데 탁월했다. 말하지 않은 것으로 더 많이 말하는 작가다.

아끼면서 실망하고, 초대하고 후회하고

워튼 자신도 한 가지 마음으로 설명되는 사람은 아니었다. 『왜 이런 마음이 들까?』 부록 「다섯 작가의 흥미로운 이야기」에 그런 장면이 몇 있다.

1912년, 워튼은 돈 걱정이 많던 선배 작가 헨리 제임스를 위해 8천 달러를 마련했다. 자존심 강한 제임스가 받지 않을까 봐 출판사를 통해 선인세인 것처럼 몰래 돌렸다. 그런데 그렇게 아끼던 제임스의 후기 소설을 두고는 "그런 재능이 무너진 걸 보니 울고 싶다"고 했다.

1925년엔 『위대한 개츠비』를 보내온 젊은 작가 피츠제럴드를 파리 근교 집으로 초대했다. 하지만 술을 걸치고 온 피츠제럴드가 손님들 앞에서 민망한 이야기를 늘어놓자, 그날 일기에 딱 한마디를 남겼다. "끔찍했음."

존경과 실망, 환대와 후회가 한 사람 안에 나란히 있었다. 워튼이 인물의 겹겹이 쌓인 마음을 그렇게 잘 그린 데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전쟁 중의 워튼

1차 세계대전이 터졌을 때 워튼은 파리에 살고 있었다. 그는 피난민과 고아를 돕는 구호 단체를 꾸리고, 전선을 직접 다니며 기사를 써 미국에 보냈다. 이 공로로 프랑스 정부에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사교계 소설가라는 이미지와는 꽤 다른 얼굴이다. 워튼은 1937년 프랑스에서 세상을 떠났다.

「로마 열병」, 워튼을 처음 읽기 좋은 단편

워튼을 처음 읽는다면 장편보다 단편 「로마 열병」이 좋다. 1934년, 워튼이 일흔을 넘겨 쓴 후기작이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로마의 한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중년의 두 미국인 부인이 오후를 보낸다. 젊은 시절부터 알고 지낸 오랜 친구다. 둘은 로마의 옛 유적이 내려다보이는 풍경 앞에서 딸들 이야기, 지나간 시절 이야기를 나눈다. 아주 평화로워 보인다.

그런데 대화가 이어질수록 공기가 조금씩 차가워진다. 한 사람이 25년 동안 묻어 둔 이야기를 꺼내고, 다른 사람도 가만있지 않는다. 결말은 여기서 말하지 않겠다. 다만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면, 처음 몇 쪽을 다시 펼쳐 보게 될 거다. 예의 바른 대화 속에 이미 모든 게 들어 있었다는 걸 확인하려고.

아끼면서 질투하는 마음. 『왜 이런 마음이 들까?』가 이 단편에 붙인 두 단어다. 오래된 우정의 미소 아래 무엇이 웅크리고 있었는지, 직접 읽고 확인해 보길.

「로마 열병」 다음에 읽을 워튼

단편이 마음에 들었다면 장편으로 넘어가 보자.

  • 『순수의 시대』 — 퓰리처상 수상작. 약혼녀와 자유로운 사촌 사이에서 흔들리는 뉴욕 청년의 이야기다. 영화와 같이 보면 더 좋다.
  • 『기쁨의 집』 — 아름답고 영리하지만 돈이 없는 여자가 상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이야기. 워튼의 이름을 처음 알린 작품이다.
  • 『이선 프롬』 — 뉴잉글랜드의 눈 덮인 시골이 배경인 짧은 장편. 화려한 사교계 소설과는 전혀 다른 워튼을 만날 수 있다.

세 작품 모두 「로마 열병」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을 따라간다. 워튼은 처음 한 편이 어렵지, 한번 결에 익숙해지면 계속 찾게 되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