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가 좋은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진심으로 기쁜데,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서늘합니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 반가운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빨리 혼자 있고 싶어집니다. 그토록 바라던 기회가 왔는데, 막상 손을 뻗으려니 망설여집니다.
이럴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왜 이런 마음이 들까?" 그리고 조금 부끄러워합니다. 한 가지 마음이어야 할 자리에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있으니까요. 이렇게 하나의 대상에 대해 서로 반대되는 감정이 함께 일어나는 상태를 양가감정이라고 부릅니다.
양가감정의 뜻
양가감정(兩價感情)은 영어 'ambivalence'를 옮긴 말입니다. '양쪽'을 뜻하는 라틴어 ambi와 '힘, 가치'를 뜻하는 valentia가 합쳐진 말로, 20세기 초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오이겐 블로일러가 처음 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말로 풀면 '두 가지 값을 동시에 매기는 마음' 정도가 되겠지요.
중요한 건 '번갈아'가 아니라 '동시에'라는 점입니다. 아침엔 좋다가 저녁엔 싫어지는 변덕과는 다릅니다. 같은 순간, 같은 사람에게 사랑과 미움이, 고마움과 서운함이, 부러움과 깔봄이 함께 놓여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는 왜 두 마음을 동시에 품을까
양가감정은 마음이 고장 났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이 대상을 여러 면에서 보고 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양가감정이 커지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한 가지 인상만 남지만, 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게는 고마웠던 기억과 상처받았던 기억이 함께 쌓여 있습니다. 그 사람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과, 그 성공 앞에서 작아지는 내 모습이 같이 떠오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원하는 것을 앞에 두고 머뭇거리는 마음도 비슷합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는 건, 그것을 얻었을 때 잃게 될 것도 함께 보인다는 뜻이니까요. 새 일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 옆에는 익숙한 자리를 떠나기 싫은 마음이 앉아 있습니다.
양가감정을 대하는 세 가지 태도
두 마음이 부딪힐 때 우리가 흔히 하는 일은 한쪽을 지우는 것입니다. "질투한 게 아니야, 그냥 걱정한 거야." 이렇게 말하면 잠깐은 편합니다. 하지만 지워진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날카로운 말이나 이유 없는 피로로 다시 나타나곤 합니다.
조금 다른 방법을 써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두 마음에 각각 이름을 붙여 봅니다. "축하하는 마음도 있고, 부러운 마음도 있다." 문장으로 적고 나면 둘 다 진짜라는 걸 인정하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둘째, 어느 쪽이 '진짜 나'인지 판정하지 않습니다. 둘 다 나입니다. 판정을 미루는 순간, 마음은 덜 시끄러워집니다.
셋째, 행동은 하나를 고르되 감정은 둘 다 둡니다. 부러운 마음이 있어도 축하의 말은 건넬 수 있습니다. 감정을 정리해야만 행동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문학이 양가감정을 보여 주는 방식
소설은 양가감정을 설명하는 대신 보여 줍니다. 인물을 심판하지도, 변호하지도 않고 그 모순된 마음을 끝까지 따라가지요. 그래서 독자는 인물을 보며 자기 마음을 겹쳐 보게 됩니다.
캐서린 맨스필드의 「차 한 잔」에서 로즈메리는 길에서 만난 가난한 여자에게 차를 대접합니다. 진심 어린 호의처럼 보이지만, 그 호의 안에는 베푸는 사람이 누리는 우월감이 섞여 있습니다. 남편의 말 한마디에 그 마음이 어떻게 바뀌는지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베풀었던 친절도 한 번쯤 돌아보게 됩니다.
이디스 워튼의 「로마 열병」에서는 수십 년 우정의 미소 아래 오래 눌러 둔 질투가 드러납니다. 아끼면서 질투하는 마음, 그 마음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를 보여 주지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것이 어쩌면 '양가감정'이라는 모순일지도 모릅니다.
내 마음에 던져 볼 질문
마지막으로, 양가감정을 들여다볼 때 도움이 되는 질문 몇 가지를 남깁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떠오르는 대로 적어 보세요.
- 최근에 누군가를 축하하면서 동시에 서운했던 적이 있나요? 그때 서운함은 무엇을 말하고 있었을까요?
- 가장 아끼는 사람에게 유독 모질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 간절히 원했던 것을 밀어낸 적이 있다면, 그때 지키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나요?
두 마음이 함께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조금 덜 외로워집니다.